2018년 6,715명이었던 국내 근골격계질환 재해자 수가 2023년에는 1만 3,01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의 근골격계질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최소한 정부에 의해서 법적인 관리가 시작되었으니 그 관리의 기간이 20년 이상 되었는데 재해자 수가 이렇게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30여 년 동안 근골격계질환 예방 컨설팅을 해본 제 경험으로도 국내의 법은 꽤 촘촘하게 갖춰져 있고, 예방 관리를 능동적으로 충실히 하고 있는 현장들도 일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숫자는 급격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제 나름대로 따져봤습니다.법은 이미 촘촘하다, ..
일선 제조업 현장뿐만 아니라 사무 작업에서도 장비, 즉 여기서는 가구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람은 사무용 의자건 집안의 소파이건 오래 앉아 있게 되면 누구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게 보통입니다. 계속해서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수시로 자세를 고쳐 앉아도 10분을 못 버티고, 결국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반쯤 누운 자세가 됩니다. 이런 상황을 없애거나 완화하기 위하여 요즘은 인간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를 비롯한 사무용 가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이 가구들이 어떤 개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실제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표준 체형 오류와 동적 착좌의 진실인간공학(Ergonomics)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일'을 뜻하는 에곤(e..
인간공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외부 환경(예를 들면 기계 환경 등; 보통 인간공학의 적용 분야는 Human-Machine Interface라고 정의)과의 문제를 없애거나, 그 부작용을 줄이도록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공학은 실험실에서가 아닌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경험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산업 현장은 Human-Machine Interface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인간공학이 필요한 부분은 많이 있지만 약 30여 년 전부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중화학 공업 시대에서 서비스 하이테크 산업 시대로의 변환 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단순반복' 작..
국내의 경우에도 이제는 20년 넘게 법적 의무 조사를 이행하고, 첨단 보조 장비를 도입했어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아프다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 글은 왜 아직도 그런 문제점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인간공학적 개선 대책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공학적·관리적 개선이 만능이 아닌 이유일반적으로 인간공학적 개선 대책은 공학적(Engineering Controls), 관리적(Administrative Controls), 행동적(Behavioral Controls) 세 축으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공학적 개선이 가장 근본적이라는 것도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저도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컨설팅을 시작하고 10년 정도가 되기까지는 그 논리를 별 의..
이번에 일본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자료를 조사하면서 일본 성인의 41.4%, 약 4,220만 명이 근골격계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는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제가 2003년에 일본의 자동차 회사 몇 군데를 직접 방문하여 당시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가장 큰 산업재해 문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던 근골격계질환에 대해서 현황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일본의 작업 강도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특히 작업 속도(UPH(Unit Per Hour): 자동차 공장에서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자동차 대수"를 뜻하는 핵심 생산 효율 지표)가 1.5배, 어떤 경우에는 거의 두 배에 이르러서 작업자들이 라인에서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작업하는 것을 매우 인상 깊게..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허리가 아프다", "삭신이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등을 얘기하실 때면 대부분의 경우, 그분들은 그날그날의 날씨 탓을 하시면서 모든 걸 나이 탓으로만 받아들이셨습니다. 심지어 제 어머니 같으신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인 통증들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의 일종인 ganglion cyst(결절종; 과도한 관절 사용 등으로 인한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관절액이 차서 발생하는 일종의 물혹)를 돌아가실 때까지 아마도 40년 넘게 가지고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것 때문에 병원에 가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약 20여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그냥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근골격계질환을 작업 환경..
유럽의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현황이나 현장에서의 대응 체계 등은 어떤지 알아보았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까지 운용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간극이 어디서 생기는지, 제가 조사한 자료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EU의 법적 프레임워크와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제가 직접 관련 지침들을 조사한 결과,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의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정교하게 층위별로 쌓여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아래에 깔린 기본법이 1989년에 제정된 산업안전보건 프레임워크 지침(Directive 89/391/EEC(Europe..
미국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질환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일반적인 상식은 틀린 것 같습니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꼴로 겪는 근골격계질환(MSDs: Musculoskeletal Disorders)은 연간 의료비 지출 1위 자리를 당뇨·심장병보다 훨씬 앞서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공공 연구 예산 배정은 전체의 2%도 안 됩니다. 이 괴리가 제가 이 주제를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발생 현황 —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일반적으로 미국 산업재해라고 하면 추락이나 기계 사고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처음 이 데이터를 들여다봤을 때도 그쪽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사업체 ..
근골격계질환 평가 도구는 90년대 초반 처음 나온 이후 그동안 꽤 많은 종류의 평가 기법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이 기법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현재 이 기법들의 효용성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부담 작업 기준, 법이 정한 선은 어디인가?국내에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현장 평가 수행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근골격계부담작업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해당 작업이 반복 동작·과도한 힘·부적절한 자세처럼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11가지 작업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작업이 사업장에 있다면,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6조~제662조)..
오랜 시간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컨설팅의 경험을 바탕으로 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 얼마나 뚜렷한 근거 없이 오해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오해가 쌓여서 현장에서는 어떤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이 글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근골격계질환,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제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였던 1990년대 초반, 국내에서의 근골격계질환은 한국통신 114 안내작업자들을 시작으로 주로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처럼 특정 업종의 작업자들만의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인 인식 수준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제 판단입니다.근골격계질환(MSDs)이란 특정 신체 부위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적으로 누적되어 근육, 힘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