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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과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사각지대, 제도 한계)

LA로컬 2026. 10. 2. 08:24

목차


    예전에 어머니께서 40대 정도이셨을 때부터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게 생각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습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60~70년대) 가정주부가 하던 가사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의미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가사 노동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작업의 강도는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그동안 산업 특성이 변하면서 직종에 따라 작업의 강도가 높아진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많이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나 예방 관리는 상대적으로 느슨했다고 생각됩니다. 근골격계질환은 서비스업에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고, 그에 대한 예방은 훨씬 멀리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비스업의 실태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예방 관리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제가 안전보건 현장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예방이 잘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 사이의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잘되는 곳은 설비부터 다릅니다.

    부산시교육청이 학교 급식실에 조리 로봇을 도입한 사례를 보면, 도입 후 근력이 필요한 작업 횟수가 72%, 고위험 작업 시간이 69% 줄었습니다(출처: 파이낸셜뉴스). 솥 앞에서 반복적으로 젓고 들어 올리는 동작이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전형이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입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란 반복 동작, 부적절한 자세, 무리한 힘의 사용 등으로 신체에 누적 부담을 주는 작업 유형을 말하며, 고용노동부 고시로 11가지 유형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형마트 계산원의 의자 비치 사례도 제 눈에는 꽤 상징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2008년 무렵 롯데마트가 고객 설문을 진행했더니 응답자 850명 중 75.6%가 계산원이 앉아서 계산해도 괜찮다고 답했고, 이를 근거로 전 점포로 확대했습니다. 의자를 두기 전에 고객 인식 조사부터 한 방식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가 계속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의자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고객 눈치부터 살펴야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 서비스업의 현실이었던 겁니다.

    요양·돌봄 분야에서는 노리프팅(No-lifting) 원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리프팅이란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직접 들어 올리지 않고, 리프트나 슬라이딩 보드 같은 보조기기를 써서 이동을 돕는 방식입니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도입 때부터 이런 복지용구를 필수 급여 항목에 포함했지만, 국내는 아직 장기요양 수가에 보조기기 투자 항목 자체가 없어서 시설이 자체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차원에서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유해요인 설문조사, 체형 검사, 일대일 운동 지도, 고위험군 집중 관리 순으로 이어지는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파견 운전직과 도급 미화 용역 근로자까지 포함해 총 128명이 참여했다는 점인데, 간접고용 인력을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인 드문 사례입니다.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이었습니다(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서비스업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조리 로봇 도입: 고위험 작업 시간 69% 감소 (부산시교육청 사례)
    • 마트 계산원 의자: 법적 의무 항목이지만 2019년 보급률 44.7%에 그침
    • 노리프팅 원칙: 리프트·슬라이딩 보드 등 보조기기 활용, 국내 제도 뒷받침 미흡
    • 공공 예방 프로그램: 간접고용 포함 128명 참여, 만족도 4.5점
    요약: 설비 개선 효과는 수치로 입증되지만, 마트 의자처럼 '두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서비스업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앉아서 일하는 글로벌 대형 마트 체인인 알디(ALDI)의 캐쉬어(계산원)

    왜 예방이 잘 안 되는가? — 사각지대와 제도의 한계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답답한 지점입니다. 잘 안 되는 이유가 단순히 사업주의 의지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유해요인조사 체계부터 봐야 합니다. 유해요인조사란 사업주가 3년마다 작업 현장의 근골격계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기록하는 법정 의무입니다. 그런데 안전보건공단이 소규모 서비스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보니, 이 의무 자체를 모르는 사업장이 대부분이었고, 안다고 해도 조사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게 법령의 문제라고 봅니다. 제조업 생산 라인처럼 작업이 표준화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조사 틀을, 고객마다 몸이 다르고 하루 동선이 매번 달라지는 서비스업 현장에 그대로 들이미는 건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노동과 근골격계 통증의 관계도 지금까지 예방 체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는 근육을 만성적으로 긴장시키고 신체 회복 속도를 떨어뜨려 근골격계 통증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유해요인조사 항목은 '반복 동작 횟수', '중량물 무게' 같은 물리적 지표 위주라서, 콜센터 상담사나 마트 계산원이 매일 겪는 감정 소진이 어떻게 어깨와 목 통증으로 이어지는지는 조사 결과에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고용 구조도 자발적 증상 보고를 막는 요인입니다. 서비스업은 비정규직·파트타임·플랫폼 노동자 비율이 높습니다. 근골격계질환의 초기 증상은 보통 1단계, 즉 일하는 중에는 아프지만 쉬면 괜찮아지는 수준에서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빨리 보고하고 작업을 조정받으면 만성화를 막을 수 있는데, 고용 불안이 있는 상황에서 몸이 아프다고 먼저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봐 온 현장에서도 통증을 "원래 이 일이 힘들어서", "나이 들면 다 그렇지"로 넘기다가 수술대에 오른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마트 계산원 의자 문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2019년 조사에서 대형마트 의자 보급률이 44.7%에 그쳤고, 의자가 있어도 어린이용처럼 작고 높이 조절이 안 돼서 실제로 쓰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법령에 '의자를 갖춰야 한다'고만 써 놓고 규격·위치 기준이 없으니, 어디에 어떤 의자든 가져다 두면 의무를 다한 게 됩니다. 공학적 개선이란 단순히 장비를 들여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조건을 함께 만드는 것임을 이 사례가 잘 보여 줍니다.

     

    서비스업의 다양한 작업 특성과 비정형성도 또 다른 요인입니다. 제조업의 작업은 대부분 정형적입니다. 생산 라인에 속한 작업 체계처럼 매일 같은 작업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서비스업은 작업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대부분의 작업이 비정형적이거나 반(semi)정형적입니다. 그런데 근골격계질환의 위험도 평가 방법이나 예방 관리 방법은 대부분 제조업, 그중에서도 정형적인 작업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현실적인 출구

    안전보건공단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마트 캐셔, 물류창고 종사자 등 직종별 유해요인조사 가이드를 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전담 안전관리자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이 가이드를 먼저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통증을 호소하는 근로자는 근로자건강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으니, 혼자 버티지 말고 이 창구를 활용하는 쪽이 낫습니다.

     

    요약: 서비스업 근골격계질환 예방이 어려운 건 사업주 의지의 문제이기 전에, 제조업 기준으로 설계된 법 체계, 감정노동을 빠뜨린 조사 틀, 고용 불안이라는 구조적 삼중고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규모 음식점도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하나요?

    A.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작업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인지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직종별 가이드를 무료로 내려받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Q. 요양보호사가 허리를 다쳤을 때 산재 신청이 되나요?

    A. 됩니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 처리가 가능하고, 최근에는 특정 직종에서 일정 기간 이상 종사한 경우 업무 관련성을 추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부 기준은 계속 바뀌므로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문의하거나 최신 고시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마트 계산원인데 서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의자 요청이 가능한가요?

    A.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는 계속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경우 의자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의자가 없거나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이를 근거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규격·위치 기준이 법령에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실효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알아두면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Q. 몸이 아픈데 비정규직이라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초기 증상 단계에서 빨리 보고할수록 만성화를 막기 쉽습니다. 사업장 내부 보고가 어렵다면 지역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사업장에 알리지 않고 상담과 진료 연계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결론

    조리로봇이 근골격계질환 위험을 절반 이상 줄였다는 수치도, 의자 보급률이 44.7%에 그쳤다는 수치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공학적 개선은 효과가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숫자로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바뀌어야 한다고 느낀 건 법 체계의 언어입니다. 제조업 공정을 전제로 만들어진 유해요인조사 틀을 서비스업에 그대로 쓰는 한, 감정노동이 근골격계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로나 비정형 동선에서 생기는 누적 부담은 계속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직종별 맞춤 가이드를 확대하고, 요양 분야 수가 체계 개편 같은 제도적 인센티브가 함께 움직여야 현장이 따라옵니다. 몸이 아프다면 혼자 버티지 말고, 근로자건강센터나 근로복지공단 창구를 먼저 두드려보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출처: 안전보건공단 / 출처: 근로복지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