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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중 60% 이상이 근골격계질환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관심은 제조업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병원 업무와 근골격계질환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막상 현장을 들여다보면, 법과 제도는 그럴듯하게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 보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위험한 진짜 이유, 알고 계십니까?
병원 하면 떠오르는 위험은 주삿바늘 찔림이나 감염 사고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야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야간 근무 간호사 두 명이 의식 없는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장면입니다. 리프트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둘이서 들어 올립니다. 제 경험 하나를 말씀드리면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약 두 달 정도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그 당시 중환자실의 규칙상, 항시 면회는 안 되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하루에 두 번인가 각 20분 정도씩 면회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제가 받은 간호사들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들의 근무환경이 정말 열악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업무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약 20여 년 전의 경험이라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하여튼 그 당시에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인사불성의 환자들을 간호하였고, 저는 그들이 받는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보면서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컨설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근골격계질환이란 반복 동작, 부적절한 자세, 무리한 힘 사용 등으로 목·어깨·허리·손목 주변의 근육과 신경, 힘줄에 생기는 건강장해입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6조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대표 질환으로는 요통, 추간판탈출증, 회전근개 손상, 수근관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근관증후군이란 손목 내부의 신경이 압박되어 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질환인데, 반복적인 손목 굽힘 작업이 많은 임상병리사나 치과위생사에게서 특히 자주 보고됩니다.
병원에서 간호사의 가장 고부담 업무 중 하나는 환자 이동입니다. 그런데 환자는 일반 중량물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무게가 크고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환자가 갑작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대부분 인사불성이어서 몸이 축 늘어진 상태라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체중을 실제보다 더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바른 자세로 들기" 교육만으로는 예방이 안 된다는 게 국제적으로 공통된 결론입니다. 직종별로 봐도 간호사는 체위변경과 환자 이송에서 허리와 어깨를, 방사선사는 무거운 납 앞치마 착용으로 허리를, 임상병리사는 반복 피펫팅으로 손과 손목을 주로 다칩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간호사·간호조무사: 환자 체위변경, 침대↔휠체어 이동 → 허리·어깨·목 부담
- 방사선사: 납 앞치마 장시간 착용, 환자 포지셔닝 → 허리·어깨 부담
- 임상병리사: 반복 피펫팅, 현미경 작업 → 손·손목·목 부담
- 원무·행정: 장시간 VDT 작업 → 목·어깨·손목 부담
- 수술실 의료진: 장시간 정적 자세, 복강경 수술 → 목·어깨·허리 부담
유해요인조사와 예방 관리, 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을까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사업주는 근골격계부담작업에 대해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유해요인조사란 작업 자세, 반복 횟수, 힘의 크기, 접촉면의 형태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위험 수준을 평가하는 법정 절차입니다. 새 설비를 도입하거나 질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수시로 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3년마다 한다는 주기는 지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병동별·직종별 신체 부담 강도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몇몇 작업군만 표본으로 잡아 "위험성 낮음"으로 결론짓는 식의 서류 작업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물론 병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종합병원에 대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 몇 번 참여해 본 적이 있는데 병원 현장에서 조사를 하다 보면 실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환자실, 수술실 등은 아예 접근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업무의 특성도 제조업과는 달리 비정형적인 경우가 많아서 형식과 내용이 대부분 제조업에 맞추어져 있는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에 대한 방법과 형식으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법적으로는 조사 과정에 근로자 대표 또는 해당 작업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하는데, 실제로는 부서장이 체크리스트를 혼자 채워 제출하는 형식적 운영이 고질적으로 지적됩니다.
예방 관리 프로그램은 더 심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경영층이 참여하는 전사적 계획으로, 인간공학적 작업 분석, 작업환경 개선, 의학적 관리, 교육·훈련, 평가를 순환 구조로 운영하는 종합 체계입니다. 여기서 인간공학적 작업 분석이란 작업자의 자세와 힘, 반복 횟수를 정량화해서 위험 작업을 골라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가동되려면 연간 10명 이상 산재 요양 결정이 나거나, 5명 이상이면서 전체 대비 10% 이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즉 이미 여러 명이 다친 뒤에야 작동 의무가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는 사후 수습에 가깝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행동 교육" 의존입니다. 병원에서 흔히 시행하는 예방 활동은 "올바른 자세 유지하기"와 "스트레칭 생활화"입니다.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를 두 명 남짓한 인원이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자세 교육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보조 장비인 슬라이딩 시트나 이동형 환자 리프트가 있어도, 가져올 시간이 없어서 결국 맨손으로 옮기는 일이 반복됩니다. 2019년 기준 국내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약 12명으로, 미국의 5.3명, 영국의 8.6명과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었습니다(출처: 이투데이). 장비가 있어도 쓸 수 없는 환경이라면, 공학적 대책의 효과는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산재 신청을 가로막는 문화, 실제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파도 말 못 하는 구조, 이것도 국내 병원 근골격계 문제의 핵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무 중 허리나 손목을 다쳐도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사자 한 명이 쉬면 동료가 그 몫을 다 가져가야 합니다. '듀티 땜빵'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인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 때문에 진통제를 맞아가며 근무를 이어가다 병이 크게 진행된 뒤에야 치료를 시작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병원 측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산재율 상승이 의료기관 평가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업무상 질병을 개인 질환으로 처리하거나 병원 비용으로 조용히 마무리하는 '공상 처리'가 관행처럼 남아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옵니다. 공상 처리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하는 대신 사업주가 자체 비용으로 치료비를 부담해 산재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빠른 해결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재해 통계가 숨겨지고 예방을 위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다음 피해자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신규 직종의 사각지대도 제가 주목한 부분입니다. 최근 진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수술실 어시스트, 장시간 서서 하는 시술 보조가 늘면서 목·어깨·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는 늘어나는데, 바뀐 직무에 맞춰 수시 유해요인조사를 즉각 실시하거나 예방 장비를 지원하는 병원은 극히 드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각지대는 제도가 현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항상 생깁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뭔가 달라진 사례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G시 C종합병원 조리실에서 2018년에 진행된 참여형 예방 프로그램 사례입니다. 조리실 근로자 15명이 영양사, 물리치료사와 함께 직접 원인을 분석하고 스트레칭 중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13회 운영 결과 만족도가 높았고, 참여자들이 지속 운영을 원했습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주목한 건 스트레칭 자체가 아니라, 현장 인력이 직접 문제를 짚고 해법을 만드는 과정이 수용성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장비와 인력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이 참여 구조입니다. 이것은 마치 제조업에서의 참여형 인간공학과 같은 방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원에서 허리를 다쳤는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기준에 따라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 이동, 체위변경, 반복 처치 업무 중 발생한 요통이나 추간판탈출증은 업무 기인성을 주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병원이 공상 처리를 유도하더라도 근로자는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결정하기 어렵다면 노무사 상담을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Q. 유해요인조사는 몇 년마다 해야 하고,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근골격계부담작업이 있는 사업장은 최초 조사 후 3년마다 정기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작업이나 설비를 도입하거나 질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수시 조사 의무도 생깁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사를 했더라도 형식적으로만 처리해 실질적인 개선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Q. 환자 이동 보조 장비, 어떤 게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공학적 대책 중 효과가 가장 입증된 건 천장형·이동형 환자 리프트, 슬라이딩 시트, 이동 보드입니다. 슬라이딩 시트란 마찰을 줄이는 소재로 만든 천으로, 침대 위에서 환자를 옮길 때 드는 힘을 크게 줄여줍니다. 다만 장비가 있어도 보관 위치가 멀거나 사용 절차가 표준화되지 않으면 실제로 쓰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반복됩니다. 장비 도입과 사용 습관 정착은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Q. 병원 PA 간호사도 근골격계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 법적으로는 PA 간호사도 다른 근로자와 동일한 산업안전보건 기준의 적용을 받습니다. 문제는 직무 범위가 빠르게 바뀌었는데 이에 맞는 수시 유해요인조사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술실 어시스트나 장시간 시술 보조 같은 새 업무가 생겼다면, 이는 부담 작업으로 볼 수 있어 수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직접 사업주에게 요청하거나, 산업보건의나 노무사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병원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한 줄로 정리하면, 제도는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해요인조사도, 예방 관리 프로그램도, 보조 장비도 어딘가에는 존재합니다. 그런데 인력 부족, 형식적 운영, 산재를 숨기게 만드는 조직 문화가 맞물리면서 현장의 간호사와 치료사, 간병 인력은 여전히 맨몸으로 환자를 들고 있습니다.
제조업에서의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와는 달리 병원에 대한 해법 도출은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현재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방 관리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해외에서 시행되는 '안전한 환자 취급 정책'을 병원 내부 규정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는 제조업에서 적용되고 있는 '참여형 인간공학'에 근거한 참여 구조의 구축과 활성화입니다. 셋째는 데이터 통합입니다. 증상 설문, 유해요인조사 결과, 산재 기록이 따로 쌓이면 고위험 부서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해야 조기 발견이 실제로 가능해집니다. 아프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말하면 뭔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