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근골격계질환 관련 최대 관심 업종은 자동차, 전자, 육류 가공업 등이지만, 제가 90년대 중반 처음 국내에서 근골격계질환 컨설팅을 한 대상은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의 일선 전화국과 조선소였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최초 문제 제기가 일선 전화국의 전화 교환 업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전화 교환 업무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일일이 찾아보고 안내하던 시절에서 이미 컴퓨터를 이용한, 어느 정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변화되는 시기였고, 한국통신 자체적으로 사무 인간공학에 근거한 작업 환경뿐만 아니라 스트레칭, 재활 프로그램 등을 보강하여 그 이후로는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조선소에 대..
예전에 어머니께서 40대 정도이셨을 때부터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게 생각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습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60~70년대) 가정주부가 하던 가사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의미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가사 노동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작업의 강도는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그동안 산업 특성이 변하면서 직종에 따라 작업의 강도가 높아진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많이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나 예방 관리는 상대적으로 느슨했다고 생각됩니다. 근골격계질환은 서비스업에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고, 그에 대한 예방은 훨씬 멀리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측면에서 ..
자동차 의장(Assembly) 공정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손목이 저리거나, 퇴근길에 어깨를 들어 올리기 힘든 날이 찾아옵니다. 처음엔 '좀 무리했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그게 반년 넘게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자동차 현장을 돌 때마다 의장 라인에서 왜 이렇게 근골격계질환의 발생과 그와 관련된 증상 호소가 많은지 매번 실감하게 됩니다.우선 의장 라인은 자동차 제조 라인의 가장 중심 라인이라 상대적으로 중요한 공정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고, 동작의 반복도가 특히 높으며, 자동차 내부에서 작업할 때는 일반적으로 매우 열악한 작업 자세가 동반되고,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공정에서 작업자 자신이 작업 속도를 전혀 제어하지 못합니다. 경험상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의장 라인의..
제가 90년대 초반에 처음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컨설팅에 참여하기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 근골격계질환 관련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은 육류가공업이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비교하면 워낙 현장의 시설이나 장비가 열악해서 미국에서도 3D 업종 중 하나였습니다. 그 당시는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해서 이직률이 무척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금 주제에서 벗어나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열악한 작업 특성 때문에 항상 인력이 부족해서 외국인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몇 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 다음 합법적인 신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업종이었던 걸로 압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1990년대나 아마도 2000년대 초반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 업종도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부상률이..
국내 병원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중 근골격계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46%에 달합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 무거운 환자를 매일 들어 올리고, 좁은 병실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체위를 바꾸는 일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허리가 멀쩡할 리 없으니까요.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데도 왜 현장은 그대로냐는 겁니다. 미국 역시 병원 종사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이 전 산업 평균의 2배 수준으로, 규모와 빈도 모두에서 다른 어떤 업종보다 심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병원 종사자 근골격계질환 발생 현황과 예방 관리 방안을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유해요인조사, 3년마다 하면 다인가?국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7조에 따라 사업주가 근골격계부담작업을 ..
중환자실 간호사가 혼자 환자를 침대에서 들어 올리다 허리를 다쳤다는 이야기,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미국 병원 종사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은 전체 산업 평균의 약 2배에 달합니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근골격계질환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예방 관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을 보면 이 문제가 단순한 개인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실패라는 생각이 듭니다.현황: 숫자로 본 미국 병원의 현실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 기준으로 민간 산업 전체에서 근골격계질환(MSDs: Musculoskeletal Disorders)은 연간 100만 건이 넘는 산업재해를 발생시킵니다. 여기서 MSDs란 반복 동작, 과도한 힘, 불량한 자세 등으로 ..
국내 병원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중 60% 이상이 근골격계질환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관심은 제조업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병원 업무와 근골격계질환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막상 현장을 들여다보면, 법과 제도는 그럴듯하게 갖춰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 보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위험한 진짜 이유, 알고 계십니까?병원 하면 떠오르는 위험은 주삿바늘 찔림이나 감염 사고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야를 들여다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야간 근무 간호사 두 명이 의식 없는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장면입니다. 리프트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미국 자동차 공장 조립 라인에는 로봇이 넘쳐나지만 여전히 손목, 어깨, 허리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1990년대부터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한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도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판단됩니다. 린 생산방식은 분명 생산의 효율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서 작업자의 몸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작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부작용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린 생산방식이 작업자 몸에 남긴 것제가 직접 자동차 공장 현장 사례들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10~20년 전에 비하면 자동화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부상자는 줄지 않는가?" 그 답은 생산방..
제 경력 중 초기에는 한동안 인간공학 개선은 오로지 전문가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뭔가 불편하면 담당자에게 말하고, 담당자가 해결해 주는 구조가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제 경력 초기 4~5년 동안 대기업 몇 군데의 컨설팅을 진행한 후 개인적으로는 보람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좌절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인간공학적 개선의 성공은 전문가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관련 구성원 모두의 동의와 적극적이고 진심 어린 협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말 실질적인 변화는 매일 그 작업을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현장이 바꾼 것들 — 참여형 인간공학 성공 사례참여형 인간공학(Participatory Ergonomics)이..
일반인들 입장에서 얼핏 생각해보면 요즘 제조업은 거의 다 자동화되어 험한 일들은 상당 부분 로봇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마다 그리고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차체, 도장 같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로봇의 역할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의장 공정(도색까지 완료된 차체에 내·외장 부품과 전장품, 동력계 장치 등을 조립하여 자동차의 실질적인 형태와 기능을 완성하는 최종 조립 단계;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의 4대 공정은 프레스 ➔ 차체 ➔ 도장 ➔ 의장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의 경우에는 아직도 작업자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일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의장 공정 같은 곳에서는 많은 작업자가 공구를 들고 해당 작업을 하루 수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