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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종사자의 근골격계질환

LA로컬 2026. 10. 20. 06:59

목차


    90년대 후반에 몇몇 우편집중국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국내는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인식이 막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라, 집중국에서 유해요인조사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조사 결과가 갖는 의미는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같은 우정 현장에서 일하는 집배원의 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 유병률은 74.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근골격계질환이란 반복 동작·중량물 취급·부적절한 작업 자세 등으로 근육, 인대, 관절, 척추에 손상이 누적되는 직업성 질환을 뜻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실태와 정책: 숫자로 보는 집배원 몸의 기록

    제가 이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유병률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조사 대상의 43%가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는데도 쉬지 못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통증이 있어도 멈출 수 없는 구조, 그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우정사업본부의 대책들이 만들어졌습니다. 2004년에는 부산의 한 우체국을 대상으로 우편물 구분대(수구분대)를 인간공학적으로 재설계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조사에서 삼각근(어깨를 둥글게 감싸는 근육), 승모근(목과 어깨를 잇는 근육), 척추기립근(허리를 곧게 세우는 근육)이 가장 빈번한 증상 부위로 확인됐고, 이를 근거로 손이 자주 닿는 칸을 어깨 높이 이하의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작업 영역 구획 원칙을 적용했습니다(출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학술정보).

    2015년에는 순로구분기 234대를 보급했습니다. 순로구분기란 우편물을 배달 순서대로 자동 분류해 주는 기계로, 집배원이 팔을 반복적으로 뻗어 수작업으로 분류하던 동작 자체를 기계로 대체하는 공학적 통제(Engineering Control) 수단입니다. 공학적 통제란 작업 방식이나 도구를 바꿔서 위험 요인을 사람이 접촉하기 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위험 통제 위계상 관리적 통제나 개인보호구보다 훨씬 상위에 놓이는 접근입니다.

    2019년 노사 합의에서는 제가 가장 의미 있다고 본 조치가 나왔습니다. 10kg 초과 고중량 소포에 대한 영업 목표와 실적 평가를 폐지한 것입니다. 무거운 소포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던 구조를 없앤 것으로, 중량물 노출을 경영 지표 단계에서 차단한 접근입니다. 미국 우정청(USPS)의 인간공학적 위험 감소 프로세스(Ergonomic Risk Reduction Process, ERRP)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의미 있는 개입이라고 생각합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주요 대책을 위험 통제 위계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거·대체: 배달 거점·무인우편함 확충으로 고층 계단 운반과 재방문 부담 감소, 고중량 소포 실적 평가 폐지
    • 공학적 통제: 수구분대 인간공학적 재설계, 순로구분기 234대 보급, 농어촌 이륜차 1,250대의 초소형 전기차 전환
    • 관리적 통제: 인력 증원(2017년 282명, 2019년 988명), 계절별 안전보건 특별관리기간 운영, 기획추진단 실태조사, 출발 전 근골격계 예방 체조(우체국 안전 골든타임 프로그램), 전문가 초청 교육
    • 개인보호구: 방한용품 보급
    요약: 집배원 근골격계질환의 핵심 원인은 장시간 노동과 중량물 취급이며, 우정사업본부는 실적 평가 폐지·인력 증원·공학적 통제를 결합한 구조적 접근을 취했지만 성과 수치 공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구조적 한계: 대책이 현장에서 막히는 세 가지 이유

    2018년에 세운 초소형 전기차 도입 목표는 1만 대였는데, 2024년 국정감사 기준 실제 도입 대수는 1,491대였습니다. 그중 688대는 에어백 같은 기본 안전장치도 없는 모델이었습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 대책들도 한 번씩 의심해 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첫 번째 구조적 문제는 '겸배' 관행입니다. 겸배란 결원이 생긴 구역의 물량을 남은 집배원들이 나눠 소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트레칭 시간을 보장하고 작업 조정 권한을 줘도, 겸배 상태에서는 그 시간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인력이 부족하면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두 번째는 이커머스 물량 증가 속도를 설비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과거 편지·서적 중심 업무를 기준으로 설계된 구분대와 차량 내부 구조가 무거운 소포 중심 업무로 바뀐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됐습니다. 상하차 과정에서 허리를 굽힌 채 중량물을 다뤄야 하는 상황인데, 높낮이 조절이 되는 작업대나 팰릿 리프터(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보조 장비) 같은 인간공학적 작업 환경 개선이 현장에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는 위험 이전 문제입니다. 2019년 합의에서 집배원의 고중량 소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포 위탁배달원 750명을 배정했는데, 이는 집배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위탁배달원에게 옮기는 구조입니다. 위탁배달원은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법령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실제로는 근로자와 비슷하게 일하지만 계약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산업안전보건 보호망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노동자를 뜻합니다. 2020년 노조 조사에서 우체국 택배노동자의 약 85%가 상·하지 근육통을, 62.6%가 요통을 호소한 것은 이 구조의 결과로 보입니다.

    제가 이 흐름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우정사업본부의 대책이 노동시간과 업무량이라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려 했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USPS의 ERRP처럼 '이 개입 후 재해율이 38% 줄었다'는 식의 측정된 성과가 공개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이 실제로 작동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성과 측정 없이는 개선도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요약: 겸배 관행, 설비 개선 지연, 위탁배달원으로의 위험 이전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한계가 우정사업본부의 근골격계질환 대책의 현장 실효성을 반복적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파레트 리프트

    자주 묻는 질문

    Q. 집배원 근골격계질환 유병률이 정말 74%가 넘는다고요?

    A. 2013년 무렵 노동계 조사 결과가 그렇습니다. 조사 대상의 43%는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70% 이상이 거의 모든 신체 부위에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수치 자체보다 통증이 있어도 쉬지 못하는 구조가 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Q. 우체국 안전 골든타임 프로그램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출발 전 체조와 작업 조정을 묶어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단순 스트레칭보다는 설계가 낫습니다. 다만 위험 통제 위계상 관리적 통제에 해당하는 하위 단계의 대책이라, 장시간 노동과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이 남아 있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Q. 고중량 소포 실적 평가 폐지가 왜 의미 있다고 하는 건가요?

    A. 10kg 초과 소포를 많이 유치하면 좋은 평가를 받던 구조를 없앤 것으로, 중량물 노출을 경영 지표 단계에서 차단한 조치입니다. 미국 USPS의 인간공학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개입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해당 물량이 위탁배달원에게 이전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Q. 위탁배달원은 왜 산업안전보건 보호를 덜 받는 건가요?

    A. 위탁배달원은 계약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근로자와 비슷하게 일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도 일부 조항만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집배원 중심으로 설계된 우정사업본부의 예방 정책이 위탁배달원에게는 사실상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쭉 들여다보면서 정리한 결론은 이겁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위험 작업들은 작업 특성이 물류업체와 상당 부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편 업무가 아니라 물류 작업에 맞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우정사업본부의 접근은 방향 자체는 맞았습니다. 특히 실적 평가라는 경영 지표를 건드리고, 인력을 늘리고, 기계화를 추진한 것은 위험의 근본 원인에 가까이 간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계획 대비 실제 집행률이 낮고, 성과를 측정해서 공개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됐는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다음 대책도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시행 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장 단위 재해율 변화를 추적해서 공개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 우리도, 그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분들의 몸 상태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참고: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출처: KISTI 학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