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저는 오래 앉아 일하는 게 위험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거운 걸 드는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겠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소위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제야 제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젊었을 때, 특히 어렸을 때는 저와 생각이 비슷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무직 근골격계질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고, 폭넓은 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사무직 근골격계질환의 효시는 90년대 중반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의 114 안내 업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14 안내 업무가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전형적인 사무..
포드 자동차는 1903년 헨리 포드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자동차 제조 기업입니다. 헨리 포드는 그의 이름을 딴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혁신을 통해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업 활동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았으나, 그 재산을 후손과 사회 모두를 위해 사용했다고도 합니다. 또한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는 물론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하루 5달러 임금' 등을 통해 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노조 탄압 등 논란이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포드 자동차가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로, 기존의 단순한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만으로는 직원들의 번아웃을 ..
미국이 근골격계질환을 대중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산업안전보건 이슈로 인식하고 법적 규제를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무렵 저 역시 미국에서 관련 컨설팅을 막 시작했는데, 당시 근골격계질환 위험도 1위는 단연 육류 가공업(Meatpacking Industry)이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 산업 구조와 특성이 변했고, 육류 가공업계 자체의 작업 환경 개선 노력 등으로 지금은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위험도 1위는 운수·창고업(Transportation and Warehousing) 또는 보건의료·사회복지서비스업(Healthcare and Social Assistance)..
아마존이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직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절반쯤은 믿었습니다. 3억 달러 규모의 안전 투자, WorkingWell 프로그램, 로봇 자동화까지, 겉으로 드러난 계획만 보면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오랫동안 해 온 저로서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첨단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창고에서 이루어지는 물류 작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데, 과연 창고 작업의 전형적인 위험 요인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마존의 현실이 믿음 반 의구심 반이었던 제 마음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살펴보았습니다. 부상률: 숫자가 말하는 것과 숨기는 것일반적으로 아마존이 발표하는 ..
솔직히 저는 캐나다의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단일하고 촘촘할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사회복지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역할을 나누어 의료, 노년, 아동, 장애 등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캐나다는 영연방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서유럽 나라들처럼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도 전통적으로 선진적인 제도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는 주(Province)마다 규제 강도가 제각각이고 법적 구속력도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예방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균형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캐나다의 근골격계질환(MSDs) 예방관리가 어..
제가 국내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컨설팅을 하면서 자동차 공장의 개선대책을 세울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곳은 아마도 BMW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BMW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딩골핑(Dingolfing) 공장에서 시작한 근골격계질환(MSDs) 예방 프로그램에 대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딩골핑 공장이 먼저 직면한 문제2007년 BMW 딩골핑 공장 경영진은 불편한 숫자를 마주했습니다. 향후 10년 안에 생산직 평균 연령이 39세에서 47세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고령 근로자는 같은 작업을 해도 회복이 더뎠고, 결근 기간도 길었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인력으로 교체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공장은 지역 최대 고용주였고 고용 보장을 약속한 상태였습니다.저는 이 대목이 굉..
2024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업의 질병 재해자 수는 9,218명으로, 제조업의 질병 재해자 수인 8,358명보다 많아 전체 업종 중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건설업의 질병 재해자 중에서 근골격계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요통과 신체부담작업의 재해자 수는 각각 1,906명과 4,378명이었습니다. 이 두 숫자를 합하면 건설업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6,284명에 이릅니다. 건설업 업무상 질병 재해의 무려 68%가 근골격계질환 하나에서 나온 것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이제 건설업에서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건설업이 근골격계질환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만 건설업의 특성상 실제 현장 상태를 파..
토요타는 일반적으로 생산성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 면에서도 작업자를 위해 선제적으로 많은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작업자들도 이런 회사의 배려에 발맞추어, 다른 전형적인 자동차 기업과는 달리 1950년에 마지막 파업을 하고 1962년 '무파업 선언' 이후 파업권을 사실상 회사에 반납하였습니다. 그 이후 토요타 노사는 회사가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노조는 위기 시 임금 동결을 자처하거나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는 협력적 관계(이른바 '수레의 두 바퀴')를 유지하며,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따라서 토요타가 근골격계질환 예방의 모범 사례로 불린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무리 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 최고의 제조 시스템과 현장 분위기를 갖춘 회사에서도 ..
성인의 60~80%가 평생 한 번은 겪는다는 요통, 그런데 직종에 따라 발생률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상식적으로 간호사나 물류 노동자가 사무직보다 훨씬 높은 요통 유병률을 보이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종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양상은 우리의 상식과 꽤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글에서는 과연 어떤 직종이 실제로 위험한지, 그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 이제까지 나온 다양한 예방책은 왜 자꾸 현장에서 실패하는지, 그리고 적용 가능한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고위험 직종, 데이터가 말하는 진짜 위험 요인미국 국립 직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
일반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전자 제품 조립 작업은 근골격계 질환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전자 제품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전자 제품 조립 작업은 상대적으로 중량물을 다루는 경우도 적고, 힘을 많이 쓰는 경우도 흔치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앉아서 하는 작업도 있으니까 쉽게 그렇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업 자세와 작업 빈도는 근골격계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들입니다. 그런데 전자 제품 조립 작업은 작업 특성상 이 두 가지 요인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작업 빈도 요인의 경우에는 전자 제품 조립 작업이 어떤 다른 업종의 그것보다도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 제품 조립 작업은 기존의 전형적인 고위험도 업종의 작업들 못지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