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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부상률, 산재 보상, 예방 관리)

LA로컬 2026. 10. 15. 02:21

목차


    아마존이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직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절반쯤은 믿었습니다. 3억 달러 규모의 안전 투자, WorkingWell 프로그램, 로봇 자동화까지, 겉으로 드러난 계획만 보면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오랫동안 해 온 저로서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첨단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창고에서 이루어지는 물류 작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데, 과연 창고 작업의 전형적인 위험 요인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마존의 현실이 믿음 반 의구심 반이었던 제 마음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살펴보았습니다. 

    부상률: 숫자가 말하는 것과 숨기는 것

    일반적으로 아마존이 발표하는 부상률 통계는 "개선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사이에 기록 가능 부상률(Recordable Injury Rate)이 35% 감소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록 가능 부상률이란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미국 직업안전보건청) 기준에 따라 응급 처치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집계한 수치로, 쉽게 말해 회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부상 건수를 근무 시간 대비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는 "그래도 나아지고 있구나" 싶었는데, 비교 기준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노조 연합인 SOC(Strategic Organizing Center)가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는 OSHA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아마존 창고의 부상률이 비아마존 창고보다 66% 높다고 밝혔습니다(출처: Strategic Organizing Center).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체 창고업 중대 부상의 56%를 아마존이 차지했다는 수치도 같은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아마존이 부상률이 높은 대형 창고(1,000명 이상)하고만 자사를 비교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실제로 아마존 창고 중 이 범주에 해당하는 곳은 전체의 4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0%는 실제 규모보다 부상률이 높은 비교군에 맞춰지면서, 결과적으로 아마존에 유리한 비교가 되는 구조입니다.

    워싱턴주 노동산업부(Department of Labor and Industries, L&I)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 창고 근로자의 근골격계 부상 발생률은 동종 업계 다른 사업장의 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란 반복적인 동작, 부자연스러운 자세, 과도한 힘으로 인해 근육·힘줄·신경·관절 등이 손상되는 질환군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아마존 스스로도 전체 기록 가능 부상의 약 57%가 이 근골격계질환 범주에 속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4년간 27% 개선됐다"는 수치를 내세우는데, 어떤 기준 연도를 쓰느냐에 따라 이 개선율도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아마존 전체 기록 가능 부상 중 근골격계질환 비중: 약 57%
    • 비아마존 창고 대비 부상률: 66% 높음(SOC 2025년 분석)
    • 워싱턴주 기준 근골격계 부상 발생률: 동종 업계 다른 사업장의 4배
    • 2024년 미국 창고업 중대 부상 중 아마존 비중: 56%
    • 아마존의 2025년 부상률 50% 감축 목표: 미달성(목표치보다 여전히 80% 이상 높음)
    요약: 아마존은 개선됐다고 말하지만, 비교 기준과 집계 방식을 뜯어보면 실제 부상률은 여전히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산재 보상: AMCARE라는 관문

    저는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의아했습니다. 산재 보상(Workers' Compensation)은 미국에서 주(州) 단위로 운영되는 제도로, 쉽게 말해 업무 중 다친 근로자가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주가 보험에 가입하는 구조입니다. 이론상으로는 부상 근로자가 자동으로 보호받아야 하는데, 아마존의 경우 그 과정에 독특한 '관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관문이 바로 AMCARE입니다. AMCARE는 아마존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 안에 설치된 사내 응급 처치 클리닉이자 안전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 12월 미 연방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HELP)가 18개월간의 조사 끝에 발표한 보고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출처: U.S. Senate HELP Committee). 보고서에 따르면 AMCARE 직원들이 염좌·인대 파열·디스크 탈출 같은 부상을 입은 근로자에게도 외부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응급 처치만 제공한 뒤 업무 복귀를 유도했다는 증언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부상 신고 당일에는 근로자를 산재 보상이 적용되는 외부 진료로 보내지 말라는 지침이 내부에 존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외부 의사의 진단 기록이 없으면 업무상 재해 입증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산재 보상 청구 처리를 위탁한 세지윅(Sedgwick)이라는 보험금 청구 관리 업체도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이름입니다. AMCARE 단계에서 외부 진료로 이어지지 않아 공식 진료 기록이 남지 않으면, 세지윅 단계에서 청구가 거절되거나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고의"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한 아마존 임원이 부상 근로자를 조기에 경량 업무(Light Duty)에 배치하면 산재 보상 비용을 70% 줄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내용도 상원 보고서에서 언급됐는데, 이걸 읽으면서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경량 업무란 회복 중인 근로자에게 일반 작업 대신 신체적 부담이 적은 업무를 배정하는 방식인데, 취지는 좋지만 실제 회복보다 통계 관리가 목적이 될 때 문제가 생깁니다.

    2026년에 들어서도 문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무 중 생긴 탈장 두 곳을 수술하고 회복 중이던 근로자가 '미출근'을 이유로 해고됐다는 연방 소송이 2026년 3월 보도됐고, 4월에는 오리건주 창고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부상으로 휴업한 아마존 근로자의 평균 결근 기간이 46.3일로 창고업계 평균보다 일주일 더 길다는 SOC의 분석도 결코 가볍게 볼 수치가 아닙니다.

     

    요약: AMCARE는 겉으로는 사내 의료 지원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외부 진료와 산재 보상 청구를 가로막는 관문으로 작동했다는 정황이 연방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예방 관리: 스트레칭은 속도를 이길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아마존의 예방 프로그램은 꽤 체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평가라고 봅니다. WorkingWell 프로그램은 실제로 운동 트레이너 상주, 스트레칭 공간, 매시간 30~60초 신체 활동 알림 등을 포함하고 있고, 2023년에 공개된 Sequoia 시스템은 상품 보관함을 근로자의 '파워존'(어깨에서 허벅지 중간까지) 높이로 기울여 올려 주어 물건을 꺼내기 쉽게 만든 인간공학적 설비입니다. 파워존이란 허리와 어깨에 부담이 가장 적은 작업 높이 구간으로, 팔을 멀리 뻗거나 쪼그려 앉는 동작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자료를 비교해 보면서 느낀 건, 예방 조치가 '있는 것'과 '효과가 있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OSHA 조사관들은 아마존 창고 근로자들이 분당 최대 9회에 이르는 뒤틀기·굽히기·먼 거리 뻗기 동작을 반복한다는 점을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런 작업 속도에서는 스트레칭 교육이나 올바른 자세 지침이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UIC(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 연구진이 42개 주, 451개 시설의 근로자 1,4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 조사에서도 작업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답한 근로자일수록 부상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응답자의 41%가 근무 중 부상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개인 단위의 개입만으로는 조직 단위의 속도 압력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제도적 접근 중에서는 주(州) 정부 입법이 가장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의 AB 701을 시작으로 뉴욕, 워싱턴, 오리건, 미네소타가 창고 작업 할당량(Quota) 공개를 의무화하고 휴식 시간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AB 701(Warehouse Quotas Law, 물류창고 할당량 규제법)은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대형 물류창고 근로자의 생산성 할당량과 작업 속도 측정 방식을 규제합니다. 여기서 할당량이란 일정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작업량 기준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공개되지 않으면 근로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2024년 12월 OSHA와 아마존이 맺은 전사 합의(Corporate-wide Settlement)는 개별 사업장이 아닌 회사 전체에 인간공학 개선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다만 벌금이 14만 5천 달러에 그쳐, 억지력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약: 아마존의 예방 프로그램은 개인 단위의 개입에 집중되어 있고, 규제 기관과 연구진은 작업 속도라는 조직적 원인을 건드리지 않으면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일관되게 지적합니다.

     

    파워존

    자주 묻는 질문

    Q. 아마존 창고 부상률이 실제로 다른 창고보다 얼마나 높은가요?

    A. SOC의 2025년 분석 기준으로 비아마존 창고보다 66% 높고, 워싱턴주 노동산업부 자료로는 근골격계 부상 발생률이 동종 업계 다른 사업장의 4배입니다. 다만 아마존은 비교 대상 사업장의 규모 범주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어, 수치와 함께 비교 기준의 차이도 봐야 합니다.

     

    Q. AMCARE에서 치료를 못 받으면 산재 보상을 아예 못 받나요?

    A. 법적으로는 자비로 외부 진료를 받고 산재 보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주리주 창고 근로자 중 자비 진료 후 청구에 나선 사례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AMCARE 단계에서 공식 진료 기록이 남지 않으면 업무 관련성 입증이 어려워지고, 결국 청구 과정이 훨씬 복잡해진다는 점입니다.

     

    Q. WorkingWell 프로그램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아마존은 시범 운영 기간 1년 동안 근골격계질환이 3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칭·교육 위주의 프로그램도 단기적인 수치 개선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연구진은 작업 속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장기적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2025년 50%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이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Q. 한국 쿠팡 같은 물류센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나요?

    A. 한국은 근로복지공단 중심의 단일 산재보험 체계여서 미국처럼 주마다 보상 기준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쿠팡 등 국내 대형 물류센터에서도 작업 속도, 고용 형태, 산재 신청 기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미국의 할당량 공개 의무화 같은 입법 사례는 참고할 만합니다.

     

    결론

    제가 이 자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면서 느낀 건, 아마존의 안전 문제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부상률 수치는 비교 기준에 따라 달라 보이고, AMCARE는 산재 보상의 관문 역할을 하며, WorkingWell은 근본 원인인 속도 압력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정말로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직장"을 만들 의지가 있다면, 내부 연구가 이미 경고한 작업 속도 문제를 경영진이 묵살해 온 이력부터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지금 아마존의 현실은, 처음 믿음 반 의구심 반이었던 제 마음 가운데 의구심 쪽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관련 정책이나 제도 변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캘리포니아주 AB 701(창고 근로자 보호법) 이후 각 주의 창고 근로자 보호법 입법 현황을 추적해 보시면 실질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내 상황이 궁금한 분이라면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과 산업안전보건법상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제도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출처: U.S. OSHA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