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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업의 질병 재해자 수는 9,218명으로, 제조업의 질병 재해자 수인 8,358명보다 많아 전체 업종 중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건설업의 질병 재해자 중에서 근골격계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요통과 신체부담작업의 재해자 수는 각각 1,906명과 4,378명이었습니다. 이 두 숫자를 합하면 건설업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6,284명에 이릅니다. 건설업 업무상 질병 재해의 무려 68%가 근골격계질환 하나에서 나온 것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이제 건설업에서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건설업이 근골격계질환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만 건설업의 특성상 실제 현장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막연히 위험할 것이라고만 여겨 왔는데, 막상 수치를 보니 솔직히 예상보다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건설업의 실태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 예방 관리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건설 현장이 유독 위험한 이유
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란 반복 동작, 부적절한 자세, 무리한 힘, 진동 등이 오랜 시간 쌓여 근육·힘줄·인대·신경·관절에 손상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오랜 시간'이라는 말인데, 단 하루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치 누적된 부담이 한 번에 터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근골격계질환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 안전 인증 업무로도 여러 건설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느낀 것은 이 업종이 위험한 이유가 딱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험 요소가 사방에 동시에 깔려 있습니다. 철근 한 다발이 수십 킬로그램이고, 천장 마감 작업은 팔을 머리 위로 든 채 몇 시간을 버텨야 하며, 브레이커나 해머드릴 같은 진동 공구는 손과 팔에 지속적인 충격을 줍니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을 직종별로 살펴보면 피해 양상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철근공은 요추 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 위험이 높고, 타일공이나 바닥 작업자는 장시간 무릎을 꿇는 자세 때문에 무릎 반월상연골 손상이 잦습니다. 반월상연골이란 무릎 관절 안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반달 모양의 연골 조직으로,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더딘 부위입니다. 착암·해체 작업자에게 나타나는 손-팔 진동증후군은 진동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손가락 혈관이 수축해 하얗게 변하고(레이노증후군) 감각이 무뎌지는 질환인데, 직접 겪어 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겨울철에 특히 심해진다고 합니다.
- 철근공·형틀목공: 중량물 운반, 허리 굽힘 → 요추 추간판탈출증, 요부 염좌
- 조적공·미장공: 반복적인 들기, 팔 뻗기 → 어깨 질환, 팔꿈치 상과염, 손목 질환
- 타일공·바닥 작업자: 장시간 무릎 꿇기 → 반월상연골 손상, 퇴행성 관절염
- 천장·설비·전기 작업자: 팔을 머리 위로 드는 작업 → 어깨충돌증후군, 경추 질환
- 착암·해체 작업자: 진동 공구 → 손-팔 진동증후군(레이노증후군), 수근관증후군
고령화 문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많은 근로자가 이미 신체에 퇴행성 변화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업무 부담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5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 작업자가 20~30대와 똑같은 중량물 작업을 소화해야 하는 현실은, 숫자로 확인하기 전부터 제가 문제라고 느꼈던 부분입니다.

실제로 시도된 예방 사례들
저 역시 건설업에서의 경험은 제조업만큼 많지 않기에, 이론과 현장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넓은지 이번에 사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2026년 7월, 현대건설은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의 내장목공사에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를 건설업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이 장비의 핵심은 어깨 부담을 줄여 어깨충돌증후군 예방에 도움을 주는 데 있습니다. 어깨충돌증후군이란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 관절 안쪽의 힘줄과 뼈가 부딪히며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천장 작업처럼 팔을 오래 들고 있는 공정에서 발생률이 높습니다. 엑스블 숄더는 모터나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무동력 방식이라 충전이 필요 없고, 근력을 보조하는 장치를 통해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주목한 것은 장비 성능보다 현장 수용성이었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착용이 불편하거나 기존 작업 방식을 방해하면 결국 현장에서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실제로 이 장비를 착용한 근로자가 기존 작업 방식이나 움직임을 크게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 점이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024년 사례도 제 눈에 띄었습니다. 단순히 포스터를 붙이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테이핑 실습 교육을 38개 현장에서 106회 진행해, 상반기에만 약 5,000명이 참여했습니다. 여기서 테이핑 교육이란 운동선수들이 많이 활용하는 기능성 테이프를 이용해 근육과 관절을 지지하는 방법을 근로자가 직접 익히는 교육입니다. 이 회사는 교육에서 멈추지 않고 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 근골격계 예방센터를 열어 요가 매트를 비치하고 스트레칭 교육 영상을 상시 상영했으며, 손목·허리·무릎 보호구를 대여해 주었습니다. 이동식 밀대를 도입해 과중량물 취급을 물리적으로 줄인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경기서부지청의 지도 자료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관리적 개선의 좋은 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에는 조적 작업에서 벽돌(2.1kg)과 콘크리트 블록(20kg)을 어떤 자세로 운반하느냐에 따라 허리와 어깨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는 내용이 직종별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런 자료를 TBM(Tool Box Meeting,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과 연계하면 별도 예산 없이도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법과 현실 사이, 제도의 한계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서는 법적 의무가 꽤 촘촘하게 갖춰져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관련 고시는 근골격계부담작업을 11가지로 지정하고,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의무화합니다. 여기서 유해요인조사란 해당 작업이 근로자 신체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해 개선 방향을 찾는 절차입니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요양 결정을 받은 근로자가 연간 10명 이상이거나, 5명 이상이면서 그 비율이 사업장 근로자 수의 10% 이상인 사업장은 노사협의를 거쳐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여러 현장 자료를 보면서 느낀 건 이겁니다. 3년 주기 조사는 물론, 작업이 바뀔 때마다 하도록 한 수시 조사조차 건설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건설 현장은 공정이 계속 바뀌고 인력이 수시로 교체됩니다. 조사가 끝날 무렵이면 해당 공정은 이미 끝나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남는 건 서류뿐입니다.
더 심각한 건 안전보건 책임의 분산 구조입니다. 다단계 하도급 체계에서 원청은 계획서를 만들고, 실제 고위험 작업은 하청·일용직 근로자가 소화합니다. 이 근로자들은 현장을 자주 옮기기 때문에 경력 입증도 쉽지 않고, 초기 통증이 생겨도 산재 신청이 회사의 수주 점수(PQ 점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공상으로 처리하거나 참고 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 부담 경감을 위한 차별화된 대책이 거의 없고, 언어 장벽 때문에 기본적인 예방 교육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도구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입니다.
개선 방향으로 제가 실질적이라고 보는 건, 3년 주기 정기 조사에만 기대기보다, 조적·타설·비계 같은 위험성 높은 공정은 TBM을 통한 당일 핀포인트 관리로 보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리프트, 운반 대차 같은 기계적 보조장비 도입 비용을 원청이 직접 지원하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웨어러블 근력보조장비(외골격 슈트) 같은 기술은 분명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초기 도입 단계인 만큼 장기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설 현장에서 허리가 아픈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업무와의 관련성, 즉 어떤 작업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핵심입니다. 건설 근로자는 현장을 자주 옮기기 때문에 경력 입증이 어려울 수 있는데,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 가입 이력이나 근로내역 자료가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바로 기록을 남기고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방법입니다.
Q. 유해요인조사는 꼭 해야 하나요,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근골격계부담작업이 있는 사업장은 3년마다 정기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하고, 신규 작업·설비 도입이나 작업환경 변경, 업무상 질병 인정자 발생 시에는 수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이행하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현장 자료를 보면서 느낀 건, 서류로 끝내지 않고 조사 결과를 실제 작업 개선으로 연결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Q. 웨어러블 외골격 슈트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현대건설이 도입한 엑스블 숄더의 경우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고, 천장 작업처럼 특정 자세가 반복되는 공정에서는 분명 효과가 기대됩니다. 다만 아직 초기 도입 단계라 장기 효과와 다양한 공정에서의 적용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착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게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습니다.
Q. 작업 전 스트레칭만 해도 예방이 되나요?
A. 스트레칭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근골격계질환의 근본 원인인 구조적 문제, 즉 중량물 취급 방식, 작업 자세, 공사 기간 압박 등을 그대로 둔 채 개인의 몸풀기만 강조하는 건 실효성이 낮습니다. 제 경험상 스트레칭은 보조 수단이지 핵심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공학적 개선이 먼저이고, 스트레칭은 그 위에 더하는 것입니다.
결론
6,284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수십 년을 버텨 온 사람들의 허리, 무릎, 어깨가 하나씩 망가지며 쌓인 결과입니다. 제가 이 주제를 오래 들여다보면서 내린 결론은, 지금의 예방 체계는 틀린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겁니다. 제조업 공장에 맞게 설계된 기준을 수시로 바뀌는 건설 현장에 그대로 얹으면 형식만 남습니다. 작업 특성이 제조업과 달라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과 비교해도, 건설업은 예방관리가 훨씬 더 어려운 업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제조업에 맞춰진 평가 방법과 예방관리에서 벗어나, 건설업만의 평가 방법과 예방관리 체계를 하나씩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선순위가 높은 질환(예: 요추 추간판탈출증 등)부터 순서대로 평가 방법과 개선 대책을 마련해 나가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합니다. 건설업은 단기간에 해답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지금 당장 해 볼 수 있는 건 TBM에서 당일 공정의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짚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의 보호구와 보조장비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웨어러블 기술이나 스트레칭 교육 같은 도구들은 그 구조가 잡힌 다음에 비로소 효과를 냅니다.
참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